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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한 이유

by content4637 2025. 5. 12.

저는 원래 환경에 특별히 관심을 두고 살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매일 바쁘게 일하고, 간편하게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필요하면 인터넷으로 쉽게 주문하고, 편리함에 익숙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불편한 건 피하고 싶었고, 일회용품이나 포장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식탁을 정리하던 중 쓰레기통을 열어본 순간 문득 멈춰 섰습니다. 컵라면 용기, 비닐봉지, 플라스틱 포크, 소스 봉지까지... 단 한 끼 식사로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나왔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게 나 혼자서 하루에 만든 양이라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매일 쌓일까?’ 그 순간, 머릿속에 그런 질문이 떠올랐고, 저도 모르게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한 번도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편리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요. 하지만 그날을 계기로 제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렇게 ‘제로웨이스트’라는 개념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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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에서 마주한 질문 하나

제로웨이스트라는 말은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쓰레기를 하나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 실현 가능할까? 하고 의심부터 들었습니다. 저처럼 바쁘고 피곤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그런 삶을 실천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게 된 건, 이건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조금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그 마음가짐이 전부라는 걸 알게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부터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일회용품, 바로 커피 컵이었습니다. 매일 한 잔씩 마시는 커피, 그때마다 무심코 쓰던 일회용 컵을 대신해 텀블러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예쁜 디자인을 고르고, 다음 날 출근할 때 들고 나갔습니다. 물론 처음엔 가방에 챙기는 걸 잊기도 했고, 세척도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몇 번 사용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고, 이젠 텀블러 없이 카페에 가는 게 오히려 어색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텀블러 하나로 시작된 변화

텀블러를 챙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카페 직원이 “오늘도 텀블러 챙기셨네요”라고 반갑게 인사해 줄 때, 작은 실천이지만 기분이 좋아졌고, 내가 뭔가 의미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그 기분이 또 다른 실천으로 이어졌습니다.

마트 장을 볼 때는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게 되었고, 욕실에선 고체 샴푸와 비누로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고체 샴푸는 처음엔 낯설고 거품도 잘 안 나는 것 같았지만, 며칠만 사용해 보니 오히려 머리도 잘 감기고, 용기 없이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욕실 선반에서 플라스틱 병들이 사라지니 공간도 훨씬 정돈되어 보였고, 그걸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시장에서는 과일이나 채소를 낱개로 담을 수 있으니 면주머니나 용기를 챙겨갑니다. 처음엔 조금 민망했지만, 사장님들께 “비닐 없이 담아주세요”라고 말씀드리면 오히려 반가워하시고 가끔은 덤도 챙겨주시곤 합니다. 이런 작고 따뜻한 경험들이, 일상을 더 즐겁고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조금 불편해도, 마음은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건 저의 소비 습관입니다. 예전엔 예쁜 물건을 보면 충동적으로 구매하거나, 필요하지 않아도 세일이라는 이유로 마트에 장보러 가면 장바구니에  한가득 담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정말 필요한가?’, ‘지금 있는 걸 더 쓸 순 없을까?’, ‘버릴 때는 어떻게 처리하지?’ 이렇게 한 번 더 고민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습관이 생기자 불필요한 지출도 줄고, 집 안의 물건도 줄면서 공간이 더 여유로워졌습니다. 정리되지 않아 늘 복잡했던 방이 어느새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그에 따라 마음도 가볍고 차분해졌습니다. 물건이 적어지니 청소도 쉬워졌고, 매일 내가 사용하는 물건에 대해 더 애정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완벽하게 실천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때로는 배달 음식을 시키면서 많은 포장이 나올 때도 있고, 텀블러를 깜빡하고 나올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상황에서도 자책하지 않고, ‘오늘은 놓쳤지만, 내일은 다시 잘하면 돼’ 하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제로웨이스트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이 아니라, 내 삶을 더 단순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필요한 것에 더 집중하고, 작은 실천에도 의미를 부여하면서 저 스스로를 아끼고 있다는 기분을 자주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무리하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시작

처음엔 환경을 생각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돌아보면 제로웨이스트는 오히려 저를 위한 실천이었습니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으며, 나와 지구를 함께 아끼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도 ‘나도 한번 해볼까?’ 하고 고민하고 계신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아주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텀블러 하나, 장바구니 하나, 고체 비누 하나. 어떤 것이든 괜찮습니다.

그 작은 시작이 여러분의 하루를 바꾸고, 어쩌면 삶 전체를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실천해보세요. 이미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