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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의 삶이 제로웨이스트였던 이유

by content4637 2025.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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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댁에는 일회용품이 없었습니다. 어릴 적 방학이면 시골 할머니 댁에 가는 게 참 즐거웠습니다. 서울과는 전혀 다른 공기, 느릿한 시간, 그리고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낯설면서도 따뜻했죠. 특히 할머니의 부엌은 지금 생각해도 놀라울 만큼 제로웨이스트였습니다. 요즘처럼 다회용기, 무포장 제품을 따로 사지 않아도 이미 그 공간은 ‘필요한 만큼만, 오래 쓰는 삶’의 표본이었습니다.

플라스틱 우유병은 깨끗이 씻어 장을 담거나 물병으로 썼고, 고춧가루가 담겼던 마대는 밀가루 보관용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버려지는 비닐이나 포장은 거의 없었고, 고장 난 물건도 ‘고쳐 쓴다’는 게 당연한 문화였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삶이, 우리가 요즘 말하는 ‘제로웨이스트’의 모범 사례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예전 세대의 소비방식과 삶의 지혜를 알아보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현대적인 해석으로 되살리는 제로웨이스트를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할머니의 삶이 제로웨이스였던 이유 할머니집
할머니집

예전 세대의 소비 방식

할머니세대의 일상은  불편함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시장에 갈 때마다 꼭 천 보자기를 챙기셨습니다. 시장 상인들도 익숙한 듯 제품을 그대로 담아 주셨고, 가끔은 “포장 안 해도 되지요?” 하고 먼저 물으시기도 했죠. 생선은 신문지에 둘둘 말고, 채소는 바구니에 툭툭 얹어 들고 오셨습니다. 비닐봉지 없이도 장보기는 충분히 가능했고, 오히려 그것이 훨씬 편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주방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음식은 그릇에 덮개 하나 덮고 그대로 보관하고, 다시 데워 먹었습니다. 종이타월이나 키친타월 대신 깨끗하게 빨아 쓴 천 행주를 여러 장 준비해 두셨고, 설거지도 손으로 직접 하시며 물도 아껴 쓰셨죠. 지금 우리가 ‘제로웨이스트’의 이름 아래 하나씩 실천하려 애쓰는 것들이, 그 시절엔 그냥 당연한 생활이었습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의 지혜

할머니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사계절에 맞는 제철 식재료를 쓰고,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는 대신 필요한 만큼만 장을 보셨습니다. 남은 음식은 이웃과 나눴고, 적은 양이라도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런 모습에서 ‘배려’와 ‘균형’이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쓰레기 처리 방식도 각별했습니다. 고추 꼭지는 말려서 불쏘시개로 쓰고, 계란 껍데기는 화단에 뿌려 거름으로 활용하셨습니다. 플라스틱은 거의 쓰지 않으셨기에 분리수거도 단출했고, 종이와 유리는 다시 쓸 수 있도록 잘 보관해 두셨습니다. ‘버린다’는 개념보다 ‘다시 쓴다’는 개념이 우선이었던 그 생활은, 환경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 자체였습니다.

제로웨이스트는 다시 배우는 삶의 방식

우리는 지금에서야 제로웨이스트를 배우고 실천하려고 합니다. 환경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선택하고, 재활용을 고민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새롭기보다는 되찾는 일에 가깝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미 그 방식을 알고 있었고, 생활 속에서 실천해 왔습니다.

할머니의 삶을 돌이켜 보면, 제로웨이스트는 더 이상 '의식적인 노력'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무리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집 안은 언제나 단정했고, 물건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들어 있었죠. 요즘 우리가 말하는 '미니멀리즘'도, 어쩌면 할머니 세대에게는 굳이 따로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되는 평범한 삶의 태도였을 것입니다.

현대적인 해석으로 되살리는 제로웨이스트

물론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바쁘게 일하고, 배달과 포장이 익숙한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처럼 살기엔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지혜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회용 장바구니, 리필제품, 무포장 식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제로웨이스트를 ‘모든 걸 완벽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실수해도 괜찮고, 때때로 편의성을 선택해도 됩니다. 중요한 건 방향입니다. 나의 선택이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쪽으로 향하고 있다면,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입니다. 할머니처럼 물건을 아끼고, 고쳐 쓰고, 가능한 오래 쓰는 삶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마무리: 할머니에게 배우는 지속 가능성

할머니는 ‘제로웨이스트’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분의 삶은 그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삶이었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실천이 아닌, 가족과 자연을 위한 일상의 태도였죠. 그리고 그 태도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금 우리는 지구가 병들어 가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할머니의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그 삶의 방식에서 우리는 다시 길을 찾아야 합니다. 요란한 캠페인보다, 작은 실천이 쌓일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됩니다.

할머니의 삶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 나도 조금 덜 쓰고, 덜 버리는 선택을 해보려 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 아이와 손주들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플라스틱 없이도 참 잘 사셨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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